외로운 싸움을 하지 않도록
2024. 10. 03.

예전에 누군가가 저에게 "왜 이렇게 동성애 문제에 관심을 가지느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질문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목사로서 특정한 색깔이 입혀지는 것도 싫고, 복음이 '동성애 반대' 정도로 축소되어 보이는 것도 싫고, 누군가와 대립하는 것도 싫고, 성에 관한 이야기를 자꾸 입에 올리는 것도 싫기 때문입니다. 저는 설교하고 상담하면서 저에게 맡겨주신 교회를 잘 세워가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데 시대는 우리를 그렇게 놔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탄은 성혁명을 주된 공격 루트로 선택해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왔고, 이제 그 마지막 단계에 이른 것 같습니다. 어쩌면 너무 늦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를 '창조/진화 논쟁'처럼 개인의 신념 문제로 축소·왜곡시키도록 내버려둔다면, 그 결과는 너무나 참담할 것입니다. 코로나는 우리의 입에 마스크를 씌웠지만, 차별금지법은 재갈을 물릴 것입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 9월 30일 월요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혁명교육 개정교과서 채택 반대 긴급 기자회견 및 국민대회'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행사는 내년 3월부터 사용될 초·중·고등학교 《보건》, 《기술·가정》, 《현대 사회와 윤리》, 《사회와 문화》 교과서의 내용을 점검하고, 성혁명 관련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자리였습니다. 월요일 오전이었음에도 정말 많은 분들이 참석해서 진지하게 경청했습니다.
이런 자리에 참석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국회 자체도 처음 방문해봤습니다. 이번에 동성애대책위원회 위원이 되지 않았다면, 아마 참석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니, 이런 기자회견이 열린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겁니다. 교과서를 둘러싼 상황은 더더욱 알지 못했을 겁니다.
행사에 참석하는 내내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먼저, 한 사람의 성도이자 목사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회와 다음 세대를 위해 이렇게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나는 왜 잘 몰랐을까.. 2022년 겨울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그 겨울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자신을 희생해가며 앞장서주신 모든 분들께 참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특히, 지금도 매일 대법원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계시는 한 대표님께서 그리스도인들에게조차 외면받고 있음을 토로하실 때는, 교회 밖에서는 침묵하고 강단에서만 시대를 분별하라 외쳤던 저의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웠습니다.
발제를 통해서는 우리 교과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그리고 그 이면에서는 어떤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발제자들의 지적처럼, 우리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먹는 음식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정작 아이들의 사고를 형성하는 교육 내용에는 안일한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그 사이 교과서는 불량식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위험한 사상들로 오염되고 말았습니다. 일각에서 펼치고 있는 '학부모 교과서 보기 운동'이 충분히 이해되었습니다. 정말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시도는 참으로 교묘하고 집요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의 지침조차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다뤄야 할 내용은 방대했고, 교과서 개정부터 인적 청산에 이르기까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쉽지 않은 싸움을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구호를 외치고 대회의실을 나설 때, 제 마음은 '할 수 있다!'라는 확신으로 가득했습니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혜롭고 용기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름 모를 집사님들, 목사님들, 교수님들, 전문가들까지, 준비된 하나님의 사람들이 구석구석 참 많았습니다.
10월 27일. 하나님의 사람들 100만 명이 광화문 앞에 모일 것입니다. 이런 규모는 1974년에 열렸던 '엑스플로 74' 이후 처음이라고 하니, 우리로서는 처음 보는 광경일 것입니다. 우리 합신 교단을 비롯해 합동, 통합, 고신, 백석, 대신, 기침 등 주요 교단들이 총회에서 연합예배 참여를 결의했습니다. 한국 교회가 분연히 일어서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얼마나 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준비해두셨는지, 그날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2024년 현재, 동성애 이슈는 교회 안팎에서 벌어지는 영적 싸움의 최전선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 누구도 외로운 싸움을 하지 않도록, 우리도 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기도하며 함께 동참하면 좋겠습니다.
신윤철 목사
pastor@peaceful.church